퀀텀

퀀텀점프-퀀텀이 바꿀 직업의 지형도사라지는 것과 새로 생기는 것

친절샘 정이 2026. 5. 2. 21:31

퀀텀이 바꿀 직업의 지형도

사라지는 것과 새로 생기는 것


자동차가 나왔을 때

1900년대 초, 자동차가 처음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마부들이 모였다. 술렁였다. "저게 우리 일을 빼앗겠구나." 말을 돌보는 사람들도 걱정했다. 편자를 만드는 대장장이들도 불안했다. 마차 제조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그 일들은 줄어들었다. 마부는 사라졌다. 편자 대장장이는 거의 없어졌다.

그런데 동시에 없던 일들이 생겨났다.

자동차 정비사. 처음엔 이런 직업 자체가 없었다. 주유소 직원. 도로 설계사. 교통경찰. 자동차 보험 설계사. 자동차 광고 제작자. 드라이브스루 식당 직원. 자동차 여행 가이드.

자동차 하나가 생기면서 말과 관련된 직업들이 줄어드는 대신, 훨씬 많은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새로운 직업들은 이전 직업들보다 대부분 더 안전하고 더 편하고 더 많은 돈을 받았다.

퀀텀이 직업 지형도에 하는 일도 이것과 비슷하다.


사라지는 것들 — 정직하게 보자

먼저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퀀텀 머신러닝이 성숙해지면 타격을 받을 직업들이 있다. 모른 척할 수 없다.

첫 번째가 특정 종류의 데이터 분석가다.

지금 많은 기업에서 데이터 분석가들이 하는 일이 있다. 대규모 데이터셋에서 패턴을 찾는 것. 여러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는 것. 최적의 조합을 탐색하는 것. 이것들은 퀀텀 머신러닝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모든 데이터 분석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퀀텀이 잘 풀지 못하는 종류의 분석도 있고, 퀀텀의 결과물을 해석하고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사람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지금과 같은 수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두 번째가 특정 종류의 약물 스크리닝 연구자다.

지금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수천 가지 후보 물질을 하나씩 테스트하는 일이 있다.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반복 작업이다. 퀀텀이 분자 구조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되면, 이 초기 스크리닝 과정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된다.

세 번째가 특정 종류의 금융 리스크 계산 전문가다.

지금 금융회사에서 복잡한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계산하는 팀이 있다. 수백 개의 변수를 고려해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 퀀텀 최적화가 이 계산을 자동화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자

"사라진다"는 말이 정확하지 않다.

더 정확한 말은 이것이다. "지금 방식으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엘리베이터가 나왔을 때 엘리베이터 안내원이라는 직업이 있었다. 버튼을 눌러주고, 층수를 안내하고, 문을 열어주는 사람. 자동화되면서 이 직업은 사라졌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안내원이 없어졌다고 그 사람들이 모두 실업자가 된 것이 아니다. 엘리베이터가 건물 어디에나 생기면서 건물 관리, 건물 보안, 시설 운영 관련 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옮겨간 것이다.

타이피스트가 사라졌다. 대신 문서 편집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생겼다. 전화 교환수가 사라졌다. 대신 콜센터 운영 전문가가 생겼다. 계산원이 줄었다. 대신 무인 계산대 관리자, 재고 시스템 운영자가 생겼다.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옮긴다. 그리고 대부분 더 좋은 곳으로 옮긴다.


새로 생기는 것들

이제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자.

퀀텀 시대가 오면 지금 없는 직업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직업들 대부분은 지금 우리가 상상하기도 어려운 것들이다.

자동차가 나오기 전에 아무도 "자동차 보험 설계사"라는 직업을 상상하지 못했다. 인터넷이 나오기 전에 "유튜버"라는 직업을 상상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앱 개발자"라는 직업이 이렇게 많아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큰 방향은 보인다.


퀀텀 번역가

의사와 환자 사이에 통역이 있다.

의사는 의학 용어로 이야기한다. 환자는 일상 언어를 쓴다. 통역이 없으면 소통이 안 된다.

퀀텀 시대에도 이 역할이 필요해진다. 퀀텀 컴퓨터가 내놓은 결과물을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하는 사람. 퀀텀 전문가와 경영진 사이를 연결하는 사람. 퀀텀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회사의 문제에 퀀텀을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사람.

이것을 퀀텀 솔루션 아키텍트라고 부를 수도 있고, 퀀텀 비즈니스 컨설턴트라고 부를 수도 있다.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역할을 하려면 퀀텀을 깊이 알 필요가 없다. 퀀텀이 어떤 종류의 문제를 잘 풀고 어떤 종류는 못 푸는지를 알면 된다. 그리고 비즈니스를 알면 된다. 두 세계의 언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

지금 AI 솔루션 컨설턴트가 생겨난 것처럼, 퀀텀 솔루션 컨설턴트가 생겨날 것이다.


퀀텀 안전 전문가

금고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금고를 만들려면 도둑이 어떻게 여는지 알아야 한다. 도둑의 방법을 알아야 그것을 막는 자물쇠를 설계할 수 있다. 가장 좋은 금고 설계자는 가장 뛰어난 금고 털이범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퀀텀 컴퓨터가 성숙해지면 지금의 암호 체계가 위험해진다. 지금 인터넷 금융, 개인정보, 국가 기밀을 보호하는 암호화 방식이 퀀텀으로 풀릴 수 있다.

이것을 막는 일이 어마어마하게 중요해진다.

퀀텀 내성 암호 전문가. 퀀텀 사이버보안 컨설턴트. 퀀텀 안전 인증 심사관. 이런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지금 은행마다 사이버보안 팀이 있는 것처럼, 퀀텀 보안 팀이 생길 것이다. 정부마다 퀀텀 보안 담당 부서가 생길 것이다. 퀀텀 보안을 인증해주는 기관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 분야는 퀀텀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희귀할수록 대우가 높아진다.


퀀텀 데이터 큐레이터

도서관 사서가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책을 어디에 어떻게 분류해서 놓을지 설계하는 사람. 누가 어떤 책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그 사람에게 연결해주는 사람. 도서관을 살아있게 만드는 사람.

퀀텀 컴퓨터는 학습할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아무 데이터나 넣으면 안 된다. 퀀텀 회로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노이즈를 제거하고, 적절한 형태로 변환하고, 퀀텀이 처리하기 좋은 구조로 만드는 작업이다.

이것을 하는 사람이 퀀텀 데이터 큐레이터다. 퀀텀 컴퓨터의 성능은 어떤 데이터를 넣느냐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진다. 좋은 재료 없이 좋은 요리가 나오지 않듯이.

지금 데이터 엔지니어가 하는 일과 비슷하지만, 퀀텀이라는 새로운 요리법에 맞는 재료 준비를 하는 것이다.


퀀텀 윤리 감사관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다.

누구 잘못인가. 자동차 회사인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인가. 차를 탄 사람인가. 도로 설계자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어떤 판단을 했고 왜 그 판단을 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이것을 하는 사람이 AI 윤리 감사관이다. 이미 생겨나기 시작한 직업이다.

퀀텀 머신러닝이 내린 결정도 감사가 필요해진다.

퀀텀이 "이 환자에게 이 치료를 권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다.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가. 퀀텀이 "이 대출 신청을 거절한다"는 결론을 냈다. 어떤 근거인가. 차별은 없었는가. 편향은 없었는가.

퀀텀 시스템이 내린 판단의 근거를 추적하고,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역할.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윤리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법률 전문가와 퀀텀 이해가 결합된 직업이다. 지금 상상하기 어렵지만, 반드시 생겨날 역할이다.


퀀텀 교육자

새로운 언어가 생겼다.

아무도 모른다. 배워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이 필요하다.

퀀텀이 산업에 퍼지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퀀텀을 이해해야 한다. 기업의 임원들이 퀀텀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책 입안자들이 퀀텀 관련 법을 만들어야 한다. 의사들이 퀀텀으로 개발된 신약을 이해해야 한다. 변호사들이 퀀텀 관련 분쟁을 다뤄야 한다.

이들에게 퀀텀을 가르치는 사람이 필요하다.

퀀텀 물리학자가 가르치면 너무 어렵다. 일반인이 가르치면 너무 얕다. 퀀텀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

이 연재처럼, 수식 없이 비유와 이야기로 퀀텀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퀀텀을 배우면서 동시에 그것을 전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기업 내 퀀텀 교육 담당자, 퀀텀 콘텐츠 크리에이터, 퀀텀 강사. 이것들은 먼 미래의 직업이 아니다.


지금 있는 직업이 바뀌는 것들

사라지거나 새로 생기는 것 외에, 지금 있는 직업이 바뀌는 것도 있다.

의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퀀텀으로 개발된 신약을 처방하고, 퀀텀 진단 시스템을 다루는 의사가 된다. 퀀텀을 모르는 의사와 아는 의사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변호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퀀텀 특허를 다루고, 퀀텀 시스템이 일으킨 사고의 책임 소재를 판단하는 변호사가 된다. 퀀텀 관련 법률 분쟁을 다룰 수 있는 변호사는 희귀하고 귀하다.

교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퀀텀 컴퓨팅 관련 커리큘럼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기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퀀텀 기술 발전을 정확하게 보도하고 대중에게 설명할 수 있는 과학 저널리스트의 가치가 높아진다.

모든 직업에 퀀텀이라는 레이어가 추가되는 것이다. 그 레이어를 이해하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


대장장이 이야기

산업혁명이 오면서 대장장이가 타격을 받았다.

손으로 쇠를 두드려 물건을 만드는 방식이 기계로 대체됐다. 많은 대장장이가 일자리를 잃었다.

그런데 살아남은 대장장이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기계가 할 수 없는 것을 했다. 예술 작품으로서의 철 세공. 복잡한 맞춤 제작. 특수한 합금 작업. 기계가 대량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흉내낼 수 없는 섬세함이 필요한 것들.

그리고 더 영리한 대장장이들은 아예 방향을 바꿨다. 기계를 수리하는 사람이 됐다. 기계 부품을 만드는 사람이 됐다. 결국 기계 자체를 만드는 사람이 됐다.

퀀텀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퀀텀이 대체하는 일이 있다. 그 일을 계속 하려는 사람은 어렵다. 그런데 퀀텀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일로 이동하는 사람이 있다. 퀀텀 자체를 다루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퀀텀이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인간의 감성, 창의성, 판단력, 공감 능력. 퀀텀은 계산을 잘하지, 무엇을 왜 계산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 한다.


결국 직업의 지형도가 바뀌는 원리

역사를 돌아보면 한 가지 패턴이 보인다.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단순 반복 작업은 줄어든다. 그리고 판단, 창의, 연결, 소통에 관련된 일은 늘어난다. 기계가 손을 자유롭게 해줄 때마다 인간은 더 인간적인 일을 하게 됐다.

농업 기계가 나오자 농부들이 공장으로 갔다. 공장이 자동화되자 사람들이 서비스업으로 갔다. 컴퓨터가 나오자 정보를 다루는 일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AI가 나오자 AI를 다루고 AI와 협력하는 일이 생겨났다.

퀀텀이 나오면 퀀텀을 다루고 퀀텀과 협력하는 일이 생겨날 것이다. 지금 없는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지금 있는 직업들이 퀀텀을 흡수하며 바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먼저 준비한 사람이 유리하다.


어느 쪽에 있을 것인가

두 농부가 있다.

농업 기계가 나왔다.

첫 번째 농부. "기계가 내 일을 빼앗는다." 기계를 거부했다. 손으로 계속 일했다. 점점 경쟁에서 밀렸다.

두 번째 농부. "기계가 내 손을 자유롭게 해준다." 기계를 배웠다. 기계로 더 많은 땅을 일구었다. 남은 시간에 더 좋은 작물을 연구했다. 결국 더 잘 됐다.

퀀텀 앞에서 우리는 지금 이 두 농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자리에 있다.

퀀텀이 내 일을 빼앗는다고 걱정하는 사람. 퀀텀이 내 일을 바꿔준다고 바라보는 사람.

직업의 지형도가 바뀔 때, 어느 쪽에 있느냐가 이후 10년을 결정한다.

황금 동아줄은 잡는 사람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연재의 진짜 마지막 이야기를 한다. 준비하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의 차이가 실제로 어떻게 벌어지는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디에 서있는지. 연재를 마무리하는 이야기다.


자동차가 나왔을 때

1900년대 초, 자동차가 처음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마부들이 모였다. 술렁였다. "저게 우리 일을 빼앗겠구나." 말을 돌보는 사람들도 걱정했다. 편자를 만드는 대장장이들도 불안했다. 마차 제조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그 일들은 줄어들었다. 마부는 사라졌다. 편자 대장장이는 거의 없어졌다.

그런데 동시에 없던 일들이 생겨났다.

자동차 정비사. 처음엔 이런 직업 자체가 없었다. 주유소 직원. 도로 설계사. 교통경찰. 자동차 보험 설계사. 자동차 광고 제작자. 드라이브스루 식당 직원. 자동차 여행 가이드.

자동차 하나가 생기면서 말과 관련된 직업들이 줄어드는 대신, 훨씬 많은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새로운 직업들은 이전 직업들보다 대부분 더 안전하고 더 편하고 더 많은 돈을 받았다.

퀀텀이 직업 지형도에 하는 일도 이것과 비슷하다.


사라지는 것들 — 정직하게 보자

먼저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퀀텀 머신러닝이 성숙해지면 타격을 받을 직업들이 있다. 모른 척할 수 없다.

첫 번째가 특정 종류의 데이터 분석가다.

지금 많은 기업에서 데이터 분석가들이 하는 일이 있다. 대규모 데이터셋에서 패턴을 찾는 것. 여러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는 것. 최적의 조합을 탐색하는 것. 이것들은 퀀텀 머신러닝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모든 데이터 분석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퀀텀이 잘 풀지 못하는 종류의 분석도 있고, 퀀텀의 결과물을 해석하고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사람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지금과 같은 수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두 번째가 특정 종류의 약물 스크리닝 연구자다.

지금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수천 가지 후보 물질을 하나씩 테스트하는 일이 있다.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반복 작업이다. 퀀텀이 분자 구조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되면, 이 초기 스크리닝 과정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된다.

세 번째가 특정 종류의 금융 리스크 계산 전문가다.

지금 금융회사에서 복잡한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계산하는 팀이 있다. 수백 개의 변수를 고려해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 퀀텀 최적화가 이 계산을 자동화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자

"사라진다"는 말이 정확하지 않다.

더 정확한 말은 이것이다. "지금 방식으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엘리베이터가 나왔을 때 엘리베이터 안내원이라는 직업이 있었다. 버튼을 눌러주고, 층수를 안내하고, 문을 열어주는 사람. 자동화되면서 이 직업은 사라졌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안내원이 없어졌다고 그 사람들이 모두 실업자가 된 것이 아니다. 엘리베이터가 건물 어디에나 생기면서 건물 관리, 건물 보안, 시설 운영 관련 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옮겨간 것이다.

타이피스트가 사라졌다. 대신 문서 편집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생겼다. 전화 교환수가 사라졌다. 대신 콜센터 운영 전문가가 생겼다. 계산원이 줄었다. 대신 무인 계산대 관리자, 재고 시스템 운영자가 생겼다.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옮긴다. 그리고 대부분 더 좋은 곳으로 옮긴다.


새로 생기는 것들

이제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자.

퀀텀 시대가 오면 지금 없는 직업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직업들 대부분은 지금 우리가 상상하기도 어려운 것들이다.

자동차가 나오기 전에 아무도 "자동차 보험 설계사"라는 직업을 상상하지 못했다. 인터넷이 나오기 전에 "유튜버"라는 직업을 상상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앱 개발자"라는 직업이 이렇게 많아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큰 방향은 보인다.


퀀텀 번역가

의사와 환자 사이에 통역이 있다.

의사는 의학 용어로 이야기한다. 환자는 일상 언어를 쓴다. 통역이 없으면 소통이 안 된다.

퀀텀 시대에도 이 역할이 필요해진다. 퀀텀 컴퓨터가 내놓은 결과물을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하는 사람. 퀀텀 전문가와 경영진 사이를 연결하는 사람. 퀀텀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회사의 문제에 퀀텀을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사람.

이것을 퀀텀 솔루션 아키텍트라고 부를 수도 있고, 퀀텀 비즈니스 컨설턴트라고 부를 수도 있다.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역할을 하려면 퀀텀을 깊이 알 필요가 없다. 퀀텀이 어떤 종류의 문제를 잘 풀고 어떤 종류는 못 푸는지를 알면 된다. 그리고 비즈니스를 알면 된다. 두 세계의 언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

지금 AI 솔루션 컨설턴트가 생겨난 것처럼, 퀀텀 솔루션 컨설턴트가 생겨날 것이다.


퀀텀 안전 전문가

금고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금고를 만들려면 도둑이 어떻게 여는지 알아야 한다. 도둑의 방법을 알아야 그것을 막는 자물쇠를 설계할 수 있다. 가장 좋은 금고 설계자는 가장 뛰어난 금고 털이범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퀀텀 컴퓨터가 성숙해지면 지금의 암호 체계가 위험해진다. 지금 인터넷 금융, 개인정보, 국가 기밀을 보호하는 암호화 방식이 퀀텀으로 풀릴 수 있다.

이것을 막는 일이 어마어마하게 중요해진다.

퀀텀 내성 암호 전문가. 퀀텀 사이버보안 컨설턴트. 퀀텀 안전 인증 심사관. 이런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지금 은행마다 사이버보안 팀이 있는 것처럼, 퀀텀 보안 팀이 생길 것이다. 정부마다 퀀텀 보안 담당 부서가 생길 것이다. 퀀텀 보안을 인증해주는 기관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 분야는 퀀텀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희귀할수록 대우가 높아진다.


퀀텀 데이터 큐레이터

도서관 사서가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책을 어디에 어떻게 분류해서 놓을지 설계하는 사람. 누가 어떤 책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그 사람에게 연결해주는 사람. 도서관을 살아있게 만드는 사람.

퀀텀 컴퓨터는 학습할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아무 데이터나 넣으면 안 된다. 퀀텀 회로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노이즈를 제거하고, 적절한 형태로 변환하고, 퀀텀이 처리하기 좋은 구조로 만드는 작업이다.

이것을 하는 사람이 퀀텀 데이터 큐레이터다. 퀀텀 컴퓨터의 성능은 어떤 데이터를 넣느냐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진다. 좋은 재료 없이 좋은 요리가 나오지 않듯이.

지금 데이터 엔지니어가 하는 일과 비슷하지만, 퀀텀이라는 새로운 요리법에 맞는 재료 준비를 하는 것이다.


퀀텀 윤리 감사관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다.

누구 잘못인가. 자동차 회사인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인가. 차를 탄 사람인가. 도로 설계자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어떤 판단을 했고 왜 그 판단을 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이것을 하는 사람이 AI 윤리 감사관이다. 이미 생겨나기 시작한 직업이다.

퀀텀 머신러닝이 내린 결정도 감사가 필요해진다.

퀀텀이 "이 환자에게 이 치료를 권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다.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가. 퀀텀이 "이 대출 신청을 거절한다"는 결론을 냈다. 어떤 근거인가. 차별은 없었는가. 편향은 없었는가.

퀀텀 시스템이 내린 판단의 근거를 추적하고,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역할.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윤리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법률 전문가와 퀀텀 이해가 결합된 직업이다. 지금 상상하기 어렵지만, 반드시 생겨날 역할이다.


퀀텀 교육자

새로운 언어가 생겼다.

아무도 모른다. 배워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이 필요하다.

퀀텀이 산업에 퍼지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퀀텀을 이해해야 한다. 기업의 임원들이 퀀텀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책 입안자들이 퀀텀 관련 법을 만들어야 한다. 의사들이 퀀텀으로 개발된 신약을 이해해야 한다. 변호사들이 퀀텀 관련 분쟁을 다뤄야 한다.

이들에게 퀀텀을 가르치는 사람이 필요하다.

퀀텀 물리학자가 가르치면 너무 어렵다. 일반인이 가르치면 너무 얕다. 퀀텀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

이 연재처럼, 수식 없이 비유와 이야기로 퀀텀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퀀텀을 배우면서 동시에 그것을 전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기업 내 퀀텀 교육 담당자, 퀀텀 콘텐츠 크리에이터, 퀀텀 강사. 이것들은 먼 미래의 직업이 아니다.


지금 있는 직업이 바뀌는 것들

사라지거나 새로 생기는 것 외에, 지금 있는 직업이 바뀌는 것도 있다.

의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퀀텀으로 개발된 신약을 처방하고, 퀀텀 진단 시스템을 다루는 의사가 된다. 퀀텀을 모르는 의사와 아는 의사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변호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퀀텀 특허를 다루고, 퀀텀 시스템이 일으킨 사고의 책임 소재를 판단하는 변호사가 된다. 퀀텀 관련 법률 분쟁을 다룰 수 있는 변호사는 희귀하고 귀하다.

교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퀀텀 컴퓨팅 관련 커리큘럼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기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퀀텀 기술 발전을 정확하게 보도하고 대중에게 설명할 수 있는 과학 저널리스트의 가치가 높아진다.

모든 직업에 퀀텀이라는 레이어가 추가되는 것이다. 그 레이어를 이해하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


대장장이 이야기

산업혁명이 오면서 대장장이가 타격을 받았다.

손으로 쇠를 두드려 물건을 만드는 방식이 기계로 대체됐다. 많은 대장장이가 일자리를 잃었다.

그런데 살아남은 대장장이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기계가 할 수 없는 것을 했다. 예술 작품으로서의 철 세공. 복잡한 맞춤 제작. 특수한 합금 작업. 기계가 대량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흉내낼 수 없는 섬세함이 필요한 것들.

그리고 더 영리한 대장장이들은 아예 방향을 바꿨다. 기계를 수리하는 사람이 됐다. 기계 부품을 만드는 사람이 됐다. 결국 기계 자체를 만드는 사람이 됐다.

퀀텀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퀀텀이 대체하는 일이 있다. 그 일을 계속 하려는 사람은 어렵다. 그런데 퀀텀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일로 이동하는 사람이 있다. 퀀텀 자체를 다루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퀀텀이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인간의 감성, 창의성, 판단력, 공감 능력. 퀀텀은 계산을 잘하지, 무엇을 왜 계산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 한다.


결국 직업의 지형도가 바뀌는 원리

역사를 돌아보면 한 가지 패턴이 보인다.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단순 반복 작업은 줄어든다. 그리고 판단, 창의, 연결, 소통에 관련된 일은 늘어난다. 기계가 손을 자유롭게 해줄 때마다 인간은 더 인간적인 일을 하게 됐다.

농업 기계가 나오자 농부들이 공장으로 갔다. 공장이 자동화되자 사람들이 서비스업으로 갔다. 컴퓨터가 나오자 정보를 다루는 일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AI가 나오자 AI를 다루고 AI와 협력하는 일이 생겨났다.

퀀텀이 나오면 퀀텀을 다루고 퀀텀과 협력하는 일이 생겨날 것이다. 지금 없는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지금 있는 직업들이 퀀텀을 흡수하며 바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먼저 준비한 사람이 유리하다.


어느 쪽에 있을 것인가

두 농부가 있다.

농업 기계가 나왔다.

첫 번째 농부. "기계가 내 일을 빼앗는다." 기계를 거부했다. 손으로 계속 일했다. 점점 경쟁에서 밀렸다.

두 번째 농부. "기계가 내 손을 자유롭게 해준다." 기계를 배웠다. 기계로 더 많은 땅을 일구었다. 남은 시간에 더 좋은 작물을 연구했다. 결국 더 잘 됐다.

퀀텀 앞에서 우리는 지금 이 두 농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자리에 있다.

퀀텀이 내 일을 빼앗는다고 걱정하는 사람. 퀀텀이 내 일을 바꿔준다고 바라보는 사람.

직업의 지형도가 바뀔 때, 어느 쪽에 있느냐가 이후 10년을 결정한다.

황금 동아줄은 잡는 사람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연재의 진짜 마지막 이야기를 한다. 준비하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의 차이가 실제로 어떻게 벌어지는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디에 서있는지. 연재를 마무리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