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AI가 막히는 벽
복잡하게 얽힌 세상을 선 하나로 나눌 수 없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떠올려보자.
선생님이 말한다. "남학생은 왼쪽, 여학생은 오른쪽으로 가세요."
아이들이 움직인다. 선생님은 운동장 한가운데 분필로 선 하나를 긋는다. 왼쪽엔 남학생, 오른쪽엔 여학생. 완벽하게 나뉜다. 이것이 지금 AI가 세상을 나누는 방식이다. 선 하나로 둘을 구분하는 것.
그리고 이 방식은 꽤 오랫동안, 꽤 많은 문제를 잘 풀어왔다.
스팸 메일인지 아닌지. 사진 속 동물이 고양이인지 개인지. 이 환자가 당뇨 위험군인지 아닌지. 데이터를 충분히 모으고, 선을 잘 그으면 꽤 정확하게 맞혔다. AI가 똑똑하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렇게 포장되고 알려졌다. 한번 믿으니 모두 속았다. 손가락이 여섯개가 되도 다 이해했다. 인공지능 예측이 절대 100%가 못되어도 언젠가는 될거라며 기다려 주었다.
선생님이 당황하기 시작한 순간
이번엔 다른 장면을 상상해보자.
같은 운동장인데, 선생님이 새로운 미션을 받았다. "오늘 점심을 먹고 싶은 아이는 왼쪽, 먹기 싫은 아이는 오른쪽으로 가세요."
아이들이 움직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배가 고프면 당연히 점심을 먹을 거라 생각한 아이가 먹기싫다고 오른쪽에 가있다. 아침밥에 채끼가 올라와서란다. 배가 부르다며 투정하던 아이는 당연히 오른쪽에 가야되는데 점심 먹겠다며 왼쪽에 선다. 오늘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가 나왔단다.
선생님이 분필을 들고 선을 그으려 한다. 그런데 어디에 그어도 정확하게 안나눠 진다. 왼쪽에도 오른쪽에 있어야 할 아이가 섞여 있고, 오른쪽에도 왼쪽에 있어야 할 아이가 섞여 있다.
선 하나로는 이 운동장을 나눌 수 없다.
지금 AI가 산업 현장에서 만나는 현실이 바로 이것이다.
공장 안의 선생님
공장을 생각해보자.
기계 하나가 돌아가고 있다. 이 기계가 곧 고장날지 아닐지를 AI에게 판단시키려 한다. 선생님 역할을 AI에게 맡긴 것이다.
AI에게 데이터를 준다. 기계의 온도, 진동의 세기, 전류의 양, 소음의 크기. 네 가지 정보다.
AI는 열심히 선을 긋는다. "온도가 80도 이상이면 위험하다." 꽤 잘 맞힌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온도가 80도여도 진동이 낮으면 괜찮은 날이 있다. 반대로 온도가 60도밖에 안 되는데 전류가 튀면서 소음이 함께 커지면 그게 더 위험한 신호일 때가 있다. 네 가지 정보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서 "위험"과 "안전"을 만들어낸다.
운동장의 아이들이 단순히 성별로 나뉘지 않고, 수백 가지 감정과 상황이 뒤섞인 것처럼. 공장의 데이터도 단순히 하나의 기준으로 나뉘지 않는다.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선을 그어도, 반드시 틀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공장에서 틀리는 것은 스팸 메일 하나 잘못 분류하는 것과 다르다. 기계가 멈추고, 라인이 서고, 수억 원의 손실이 생긴다.
선이 아니라 원이 필요할 때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가보자.
이번엔 이런 상황이다. 운동장 한가운데에 선생님이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여있고, 그 주위를 빙 둘러싸듯 선생님이 별로인 아이들이 서있다. 가운데 원형으로 한 그룹, 바깥쪽에 또 다른 그룹.
선생님이 분필을 든다. 세로로 선을 그어본다. 안 된다. 어떻게 그어도 가운데 그룹과 바깥 그룹이 섞인다. 가로로도 그어본다. 역시 안 된다. 대각선으로도 그어본다. 마찬가지다.
이 운동장은 선으로는 절대 나눌 수 없다. 원으로 그려야 한다. 아니면 아예 운동장 바닥이 아닌,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의 AI는 아무리 똑똑해도 결국 선을 긋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더 구불구불한 선, 더 복잡한 선을 그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같은 바닥 위에서 선을 긋는다는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문제는 처음부터 선으로 나뉘도록 생기지 않았다.
증기기관이 위대했던 이유, 그리고 그 한계
1800년대 증기기관이 처음 나왔을 때 세상은 뒤집혔다. 말이 끌던 수레가 기차가 되었고, 사람이 손으로 짜던 천이 공장에서 쏟아져 나왔다. 증기기관은 의심할 여지없이 혁명이었다.
그런데 증기기관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하늘을 날 수 없었다. 아무리 기관차를 크게 만들고 증기를 세게 뿜어도, 그것을 하늘에 띄울 수는 없었다. 하늘을 나는 것은 증기기관의 개선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엔진 자체가 바뀌어야 했다.
제트엔진이 탄생했을 때, 그것은 증기기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니었다. 작동 원리 자체가 달랐다. 그리고 제트엔진은 증기기관이 평생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단번에 풀었다.
지금의 AI가 증기기관이라면, 퀀텀 AI는 제트엔진이다.
지금의 AI는 엄청난 것을 이뤄냈다. 그것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다만 선으로 나눌 수 없는 문제, 수백 개의 변수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문제 앞에서 지금의 AI는 구조적으로 막힌다. 더 많은 데이터를 주고, 더 복잡한 알고리즘을 써도 이 벽을 허물 수 없다.
벽을 부수려면 선이 아닌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 다른 방법은 무엇인가.
뒤섞인 운동장 아이들을 나누는 방법이 하나 있다. 운동장 바닥에서 선을 그으려 하지 말고, 아이들을 공중으로 띄워서 3차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바닥에서는 서로 섞여있던 아이들이, 높이라는 새로운 차원이 생기는 순간 깔끔하게 분리될 수 있다.
퀀텀이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선으로 나눌 수 없는 데이터를, 상상도 못 했던 거대한 차원의 공간으로 던져 올린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바라보면, 뒤섞여있던 것들이 선명하게 분리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다음 편에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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